인터뷰, 칼럼

읽는 힘_도산아카데미 2015년 2월 소식지
[ 작성자 : 김나래 | 작성일 : 2015.02.16 | 조회수 : 2106 ]

도산아카데미   2015 2월 소식지 <도연칼럼>

 

읽는 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2015년 을미년을 맞아 120년 전에 민 황후가 시해 당한 을미사변을 생각한다. 그것은 일제 식민 침탈의 전초였다. 그로부터 우리는 여지없이 일본에 당했고,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남북 분단의 아픔은 그 후유증으로 생긴 것이다.
2차 대전의 패배로 일제는 한반도에서 물러갔지만, 우리에게는 국토 분단이 강제
되었다. 국토 분단도 억울한데, 또 외국 군대를 불러들여야 했을 만큼 참혹한 6·25전쟁을 민족 내부에서 자초하면서 대결 국면을 벌여온 남북 분단은 아직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지난 70년간의 남북 대결로 이어온 재난과 희생은 일제 식민 지배의 그것보다 더 크고 가혹한 것인지도 모른다.
도대체 1세기 전 외국 자객이 우리 궁궐을 함부로 유린할 수 있을 만큼 나라의 힘이
없었던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광복된 자기 땅에서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남북 대결 양상의 원인을 북에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북측 권력 집
단도 다름 아닌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며 우리 민족의 일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외국사람이 겉으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않을지라도 뒷전에서“너희 민족은 아직 왜 그 모양이냐?”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음직하다는 것도 짐작한다. 우리 민족은 집안끼리 왜 이 모양인가? 이것밖에 되지 못하나? 참으로 자괴스러운 질문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 안에서 이 갈라짐이 하나가 될 때까지 이 부끄러운 질문은 계속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우리 민족이 총체적으로‘읽는 힘’이 달리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 정한 틀에 갇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문을 닫아버리는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안목에 있다.
실재하는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그 현실이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
실이다. 있는 현실과 돌아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무식하다는 말과 같은 것이고, 그런 안목으로 자기 주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가 미래 상황을 주도할 수 있으려면 읽는 힘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목을 폐쇄되고 협소하게 만드는 근시안적 안목을 배격하여 열린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식과 발상이 우리의 문화 토양에서 공존하고 어울릴 수 있을 만큼 우리 생각의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보다 도량 있는 사회, 보다 관용 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이다. 진영 논리로 갈라짐을 조장하고, 세계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의 미래는 화해와 상생의 길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찾고 그것을 읽을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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